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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라이스 속 생명체 합성의 위험성 및 현실

by 행운아와줘 2025. 7. 14.

스플라이스 속 생명체 합성의 위험성 및 현실

2009년 개봉한 SF영화 '스플라이스(Splice)'는 실제 생명과학 기술과 생명윤리 사이의 경계선을 날카롭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영화 속 실험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융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과정을 다루는데, 이 설정은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서 최근 실제 유전공학 기술과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영화는  우리는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윤리적 기준과 법적 통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하는 논의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에서 묘사된 생명체 합성의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적 문제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과학이 인간성과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탐색합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의 발전

영화의 중심 실험은 다양한 종의 DNA를 조합해 전례 없는 생명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실험은 현실에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는 분야로 연구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미 단세포 생물의 DNA를 인공적으로 설계해 기능을 부여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생명과학자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2010년 세계 최초로 인공 유전체를 넣어 살아 움직이는 박테리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합성 생명체 창조’라는 선언과 함께 생명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CRISPR-Cas9 기술의 등장으로 유전자 편집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해졌습니다.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교체함으로써 질병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새로운 형질을 인위적으로 부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인간의 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중국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물론 국제 사회는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인간의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조작은 대부분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플라이스는 이러한 과학기술이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 기준과 사회적 합의의 부족을 경고합니다. 특히 인간의 DNA가 포함된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합성할 경우,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생물로 볼 수 있을지, 혹은 인격체로 대우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습니다. 과학의 진보는 분명 인류에 유익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지만, 윤리적 기준 없이 실행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합성 생명체의 현실 가능성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융합하는 시도는 과거부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키메라(chimera)’ 연구가 있습니다. 키메라는 두 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로,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질병 모델을 개발하거나 장기 이식 가능성을 연구해 왔습니다. 2017년 미국 소크 연구소는 인간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주입하여 인간-돼지 키메라를 성공적으로 배양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는 완전한 생명체로 태어나기 전에 중단되었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2023년 일본에서는 줄기세포와 유전체 편집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조직을 가진 생쥐를 실험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암 연구, 신약 개발, 장기 이식 분야에 큰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윤리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인간의 세포가 일정 비율을 넘어가게 되면 그 생명체는 더 이상 단순한 실험 모델이 아니라, ‘권리를 가져야 할 존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플라이스 속 생명체 드렌은 이러한 논쟁을 극단적으로 시각화한 캐릭터입니다.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학습하며, 성별과 생식 능력까지 지닌 드렌은 단순한 피실험체가 아닌 ‘개체’로 묘사됩니다. 만약 이런 존재가 현실에서 탄생한다면, 법적 지위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인간인가요? 동물인가요?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존재일까요? 이런 질문은 단순히 과학기술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도덕과 철학에 대한 도전이 됩니다.

윤리적 충돌과 사회적 메시지

영화는 과학적 배경 못지않게 윤리적 메시지에 중심을 둡니다. 주인공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생명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며, 실험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점점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과학이 통제되지 않을 때 어떤 재앙이 초래될 수 있는지를 영화는 드렌의 행동과 결말을 통해 경고합니다.

현실에서도 유전자 조작,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윤리적 통제는 아직 미비한 상태입니다. 특히 기업 중심의 연구 환경에서는 윤리보다 ‘성과’와 ‘특허’가 더 중요시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분위기는 윤리적 감시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킨 허젠쿠이 박사가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처벌을 받았지만, 그 실험이 사전에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영화는 ‘과학이 신의 영역을 넘보는 순간’에 대한 공포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창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은 신화나 종교에서 금기로 여겨졌지만, 현실에서는 점차 과학이 그 경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과학의 힘이 인간의 윤리와 책임 의식을 초월할 경우,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스플라이스는 이러한 기술의 그림자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 욕망이 과학을 어떻게 오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즉, 영화는 과학기술 그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와 윤리의식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