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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클 속 기업 윤리 분석

by 행운아와줘 2025. 8. 3.

더 서클 속 기업 윤리 분석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서클(The Circle)'은 빅테크 기업의 윤리 문제를 다룬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 기업의 책임, 감시 시스템의 윤리성에 대해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테크 기업의 투명성을 명분으로 감시 체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과연 윤리적인가?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주요 장면과 설정을 바탕으로 '더 서클'에 담긴 기업 윤리 문제를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 ‘더 서클’은 개인정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더 서클’에서 개인정보는 단순한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아닌, 곧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상징합니다. 영화 초반, 메이는 새로운 직원으로 입사하면서 사내 SNS 계정을 개설하고, 회사 문화에 적응해 갑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회사가 직원들의 생활 전반을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며, 심지어 동료들로부터 "공유하지 않으면 이기적"이라는 말까지 듣습니다. 이는 '투명성'이라는 미명 하에, 프라이버시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무형의 강압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기술 기업들이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위치, 취향, 가족 관계, 금융정보,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포함합니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수집되고,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서클'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사회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보입니다.

특히 'SeeChange' 프로그램은 인류의 모든 활동을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만드는 극단적인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정부의 감시, 범죄 예방 등 긍정적인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시민 개개인의 사적 공간을 말살하는 시스템입니다. 심지어 메이의 친구 머서가 감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감시가 현실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현실에서도 페이스북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 구글의 위치 추적 논란 등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발적으로 감시당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는가?" 개인정보 보호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인간의 자유와 직결된 본질적인 윤리 문제라는 것을 영화는 강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술 기업은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가?

영화에서 ‘더 서클’은 단순한 기술 제공 업체가 아닌, 사회를 설계하고 지배하려는 기업으로 묘사됩니다. 그들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교육, 보건, 교통, 정치 시스템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국가 이상의 권력을 가지게 될 경우, 그들이 어떤 윤리적 기준을 따르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던집니다.

초기에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내세우는 ‘더 서클’은 시간이 갈수록 내부 통제와 조직원 감시, 독재적 리더십을 강화합니다. 메이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도, 경영진은 기업 내부의 문제와 자신들의 이득은 철저히 숨기고 은폐합니다. 이는 '투명성'이 진정성 없는 정치적 구호일 뿐이며, 기업의 책임보다는 통제 도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실에서도 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 같은 프레임을 앞세워 기업의 윤리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탈세, 노동 착취, 정보 조작 등 여러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테슬라, 메타, 아마존 등도 그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히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윤리성'은 최근 기업 책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내부 고발자’의 존재를 통해 기업 내 건강한 비판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업이 건전한 자정 능력을 유지하려면, 비판을 수용하고 윤리 기준을 내부적으로 강화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서클’은 외부의 비판은 물론, 내부의 문제 제기도 철저히 억압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기업이 기술적 성공만을 좇을 때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따라서 영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권리와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윤리적 기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감시는 언제부터 비윤리적이 되는가?

감시 기술은 그 자체로 선악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입니다. ‘더 서클’은 바로 이 부분에서 감시의 윤리적 경계를 도전합니다. 영화 속 ‘SeeChange’는 범죄 예방, 투명한 정치, 교육 개선 등 다양한 장점을 내세우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됩니다. 모든 행동이 기록되고, 저장되고, 평가되는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을 파괴하게 됩니다.

특히 영화는 ‘군중 감시’의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단지 국가나 기업이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이 서로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사회, 이른바 ‘감시의 민주화’는 결국 상호 불신과 자기 검열로 이어집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진실된 모습을 감추게 되고, 사회는 다양성을 잃어갑니다.

감시가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도덕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는 외형적인 도덕성은 유지되지만, 내면의 윤리적 사고와 비판 정신은 점점 사라지는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감시가 도덕적 자율성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현실에서의 감시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AI CCTV, 생체인식 시스템은 모두 편의성과 안전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을 추적하는 기술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민주적 통제를 받지 못하고 기업이나 정부의 권력에 종속된다면, 영화 속 ‘더 서클’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닙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메이가 시스템을 해킹하여 경영진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반전을 주지만, 그마저도 또 다른 투명성의 과잉을 상징하는 아이러니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임을 영화는 강조합니다.